오징어 게임의 인기비결?!,
새로운 시대의 TV탐구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으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제작한 콘텐츠가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갈 수 있었던 것은 넷플릭스 같은 OTT서비스(Over the Top media service)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텐데요. 오늘은 넷플릭스부터 서비스 오픈을 앞두고 있는 디즈니 플러스까지 OTT 서비스와 다양한 플랫폼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역할은 VOD(Video On Demand, 주문형 비디오)에 그쳤습니다. <슈퍼스타K> 본방을 놓친 사람들은 티빙(tving)에서 다시 보기를 찾아보고, <무한도전> 본방을 놓친 사람들은 푹(pooq, 웨이브의 전신)에서 다시 보기를 찾아보는 방식이었죠. 넷플릭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미국에서 DVD 우편 대여 서비스로 출발했던 넷플릭스는, 2007년 스트리밍 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 뒤에도 6년 동안은 자체 제작한 시리즈 없이 기존에 DVD로 발매된 영화/드라마들을 동영상으로 서비스하는 VOD 창구 역할만 했습니다.

이야기가 달라진 건 2013년, 넷플릭스가 최초의 자체 제작 오리지널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를 선보이면서부터였습니다. 기존의 지상파나 케이블 채널에서는 수집하기 어려운 방대한 콘텐츠 이용 패턴 분석 데이터를 확보한 넷플릭스는, “데이비드 핀처가 감독하고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을 맡은 시리즈라면 반드시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고는 시리즈 제작에 착수했죠. ‘시청자들의 수요는 존재하는데 그동안 공급은 없었던 콘텐츠’들을 만들어 선보인 것입니다. 그 후 여자 교도소에서 강렬한 캐릭터들이 서로 부딪히고 연대하는 내용을 다룬 여성 서사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다양한 인종과 성 정체성의 소유자들이 교감하며 만들어내는 SF 시리즈 <센스8>,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와 그를 잡기 위한 미국 마약단속국 요원들의 고군분투를 다룬 드라마 <나르코스> 등,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해 공개한 작품들은 기존의 TV 산업을 송두리째 뒤바꿨습니다.

넷플릭스가 맞춘 건 ‘시청자의 수요’만이 아니었습니다. 사용자가 방송사의 스케줄에 맞춰야 했던 기존의 TV 산업과는 달리, 넷플릭스는 ‘한꺼번에 올려둘 테니 사용자 스케줄에 맞춰 언제든 알아서 볼 수 있게’ 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그리고 시청자들이 더 열심히 프로그램을 소비하면 소비할수록, 넷플릭스는 개별 시청자의 취향을 분석해 더 정교한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 추천을 선보였고요. 광대역 인터넷의 발전과 모바일 기기의 발전은, 사용자가 어디에 있든 사용자의 개성과 취향에 맞는 콘텐츠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일을 가능케 했습니다. 바로 그 지점부터, 스트리밍 서비스는 ‘TV 본방을 놓친 사람들을 위한 VOD 창구’가 아니라 ‘사용자 개개인에게 맞춰줄 수 있는 새로운 시대의 TV’가 되었습니다.

개개인의 취향과 체험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 스트리밍 서비스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사용자 맞춤형 콘텐츠를 선보이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 방대한 오리지널 콘텐츠들을 보유한 넷플릭스는 끊임없이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새로운 콘텐츠를 제작하고, 확보하고, 스마트폰 알림으로 추천을 보냅니다. 최근 영화 <도가니>, <수상한 그녀>, <남한산성> 등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는데요, 그건 다 <오징어 게임>을 즐겨 본 관객들에게 황동혁 감독의 전작들을 추천하기 위해서이죠. 사용자의 취향에 맞춘 콘텐츠 수급과 제작은 넷플릭스의 힘입니다.

넷플릭스와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로는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 ‘왓챠’가 있습니다. 사용자가 영화나 드라마에 별점 평가를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둔 영화 평점 서비스로 시작한 왓챠는, 사용자 개개인의 취향과 수요를 정교하게 파악하고 있는 편입니다. 그래서 다른 스트리밍 서비스에 비해 “지금 이 시기 사용자들이 원할 만한 콘텐츠”를 더 섬세하게 가늠할 수 있지요. 경쟁자들이 미처 확보하지 못한 콘텐츠인 <킬링 이브>, <이어즈 앤 이어즈>, <체르노빌>, <프레이밍 브리트니> 같은 작품들을 누구보다 먼저 확보해서 공개할 수 있었던 건, 왓챠가 자체적으로 축적하고 확보해 온 사용자 취향 데이터 덕분이었습니다.

넷플릭스와 왓챠가 ‘사용자 취향에 맞춘 콘텐츠 큐레이팅’에 힘을 더 쏟는다면, 지상파가 수십 년간 쌓아온 방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과시하는 웨이브나, CJ ENM 계열의 수많은 케이블 채널들이 만든 콘텐츠 풀을 독점한 티빙은 자사의 콘텐츠 색깔에 방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런 사실은 지상파 채널들의 대작을 독점적으로 서비스하는 웨이브의 콘텐츠 전략, CJ ENM의 인기 예능의 스핀오프를 오리지널 콘텐츠로 선보이는 티빙의 콘텐츠 전략만 봐도 알 수 있는데요. 그 뿌리가 IT 기업인 넷플릭스와 왓챠가 ‘사용자 체험’이라는 IT 적인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과는 달리, 전통적인 미디어 회사에 뿌리를 둔 웨이브와 티빙은 방대한 자사의 라이브러리 안에서 사용자가 좋아할 만한 걸 큐레이팅하면서 자신들의 색깔을 더 선명하게 보여주는 방법을 꾀합니다.

웨이브와 티빙처럼 자기 색깔이 확실하며, 보유한 라이브러리가 방대한, 전통적인 미디어 회사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또 있습니다. 2021년 11월 12일 한국 서비스를 시작하는 디즈니플러스입니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 픽사 스튜디오, 마블스튜디오, 루카스필름, 20세기 스튜디오,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그 이름만 들어도 콘텐츠의 색깔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는 스튜디오들을 다수 보유한 미디어계의 거인 디즈니가 런칭한 디즈니플러스는, 사용자 개개인에게 맞추려 노력하기보다는 “이 중에 네가 좋아하는 게 하나쯤은 있겠지” 같은 느낌으로 방대한 라이브러리를 제시합니다.

스트리밍 서비스계의 거인 넷플릭스와, 그에 맞선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 웨이브, 티빙, 왓챠 등의 대결이었던 한국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은, 이제 디즈니플러스라는 또 다른 거인의 등장으로 그 전선이 좀 흥미롭게 그어지게 됐습니다. 미국을 기반으로 한 다국적 기업들과 맞서는 국내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전선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동시에 ‘사용자 체험과 개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강조한 IT 회사’ 대 ‘방대한 라이브러리와 선명한 자기 색깔의 미디어 기업’의 대결이 본격화된다는 의미이기도 하거든요. 볼 콘텐츠가 많아지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지만, 이 치열한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의 승기를 어느 쪽이 먼저 잡는지 싸움 구경 하는 재미도 하나 추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승한 TV칼럼니스트

38개의 댓글이 등록되었습니다.
  1. 오늘 마침 디즈니 플러스 서비스 오픈일인데 너무 기대돼요!! 코로나 시대에 잘 안보던 드라마와 예능 등 보는 것만 늘었네요 ㅎㅎ

  2. OTT 덕분에 다양한 컨텐츠를 편하게 즐길 수 있어서 좋아요~ 근데 저처럼 자기전에 뭐 볼지 한참 둘러만 보다가 결국은 안 보고 자게 되는 분 없나요?

  3. 예전에는 시간 맞춰 공중파 티비를 보다가 요즘은 보고 싶은 시간에 ott서비스로 보게 되는 것 같아요. 기술의 발전이 새삼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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