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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기 위해 떠나는 여행, 템플스테이 체험기

202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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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풍선 20



블랙잭이라는 카드 게임이 있습니다. 
‘21’이라는 숫자를 만들기 위해 플레이어들은 딜러에게 
‘Hit(카드를 받음)’, ‘Stay(카드를 받지 않음)’와 같은 수신호를 보냅니다. 하지만 무한정 Hit를 하다 보면 어느덧 21이라는 숫자를 초과하게 됩니다. 멈출 때를 아는 것, 그것이 블랙잭의 묘미겠죠. 우리의 일상도 게임과 유사한 점이 있습니다. 열심히 달리다 보면 멈출 때를 알아채기 힘듭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 작은 멈춤을 찾기 위해 템플스테이를 체험해봤습니다. 


DAY 1. 서울에서 경상남도 양산 통도사로




서울역에서 KTX로 출발하면 2시간 30분 만에 울산광역시에 도착합니다. 울산역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30분가량 더 가면 우리나라 3대 사찰(통도사, 송광사, 해인사) 중 하나인 통도사에 도착합니다.



<통도사 가는 숲길, 무풍한송로>


통도사의 무풍한송로를 천천히 걷다 보면 어느덧 템플스테이 사무실에 도착합니다. 템플스테이에 관한 간단한 설명과 예절 사항을 듣고 법복과 연등 만들기 키트를 수령했습니다. 템플스테이를 하는 1박 2일 동안은 법복을 입고 생활하며 개인의 선호에 따라 휴식형 또는 체험형으로 선택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휴식형 템플스테이를 선택한 저는 첫날 문화해설사 선생님의 통도사 투어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통도사의 역사와 부처님(석가모니)의 생애에 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셔서 무교인 저도 어려움 없이 불교문화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지급받은 법복과 연등 만들기 키트>



<통도사 전경>


잠깐 질문! 통도사는 어떤 곳인가요?

경상남도 양산시 해발 1,081m의 영축산 남쪽 기슭에 자리 잡은 선덕여왕 15년(646)에 창건된 천년고찰입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부처님의 법을 공부하던 중 부처님(석가모니)의 사리를 모셔 와 금강계단을 쌓은 뒤 봉안하고 절 이름을 ‘통도사’라고 지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통도사는 석가모니 부처님의 몸에서 나온 사리를 봉안하고 있기 때문에 이곳 대웅전에는 따로 불상을 모시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2018년 6월 30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으며 한국 불교문화를 대표하는 사찰 중 하나입니다.
(통도사 공식참고자료 발췌)

투어를 마치면 저녁공양(식사)이 옵니다. 1박 2일 통도사 템플스테이의 경우 공양을 할 수 있는 식권을 2장 나눠 줍니다. 참가자들은 식권을 받아 ‘한송정’에서 식사를 합니다. 이 식사가 내 앞에 오기까지 얼마나 공이 들었나 생각하며 감사히 저녁공양을 해보는 시간을 가집니다.


<저녁공양으로 나온 산채비빔밥>

식사 후에는 숙소에서 연등 만들기 체험이 있었습니다. 집중해서 만들다 보니 어느새 예쁜 연등이 완성됐습니다.





연등을 다 만들고 나서는 절의 이곳저곳을 산책하다 스님의 불전사물 소리(타종행사)를 듣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사찰에서는 저녁(오후 6시경)에는 33회, 새벽(오전 4시 30분경)에 28회 타종행사를 합니다. 모든 중생의 아픔을 씻어내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세상 곳곳에 소리로 퍼트리는 의미입니다. 스님의 역동적인 타종은 그 종소리의 웅장함만큼이나 파장과 울림이 몸 전체를 관통하는 느낌을 줍니다. 통도사의 이 의식은 매일 반복됩니다. 해가 저물어가는 곳에서, 매일 누군가가 나를 위해 이곳에서 종을 울리고 있었다는 사실에 묘한 위로와 안도를 느낍니다.


<불전사물을 치는 스님들>

DAY 2. 새벽예불 후 암자산책에 나서다



<새벽녘 통도사 단청의 아름다움> 


<통도사 아침 산책길>

둘째 날이 밝았습니다. 저는 새벽예불에 참여하고 싶어 일찍 일어났습니다. 새벽예불은 대략 3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주로 오체투지(자기 자신을 낮추면서 큰절을 올리는 행위로 머리, 다리, 팔, 가슴, 배의 다섯 부분이 땅에 닿도록 엎드려 절하는 행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30분 동안 스님들과 함께 온몸을 낮추며 절하고 또 절합니다. 잡념이 들 때쯤 절하고, 번잡한 생각이 들 때쯤 절을 올립니다. 절 하나에 생각을 하나씩 소거시킵니다. 기대한 것보다 생각이 훨씬 많이 정돈됐습니다.

통도사 주변에는 암자가 많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아침공양을 마치고 암자 중 하나인 ‘서운암’으로 산책하러 갔습니다. 서운암 장경각은 도자기로 된 불교 경전 16만 판이 보존된 곳입니다. 합천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은 목판이어서 양면을 모두 사용할 수 있지만, 서운암의 대장경은 도자기판이기 때문에 단면만 사용할 수 있어 16만 판이 됐다고 합니다. 


<서운암 전경>


<서운암 장경각 16만대장경>

아쉬운 마음에 서운암에서 내려와 짐을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통도사를 둘러봤습니다. 처음에 들어왔을 때 보았던 4대천왕이 있는 천왕문도 다시 가보고, 각자의 방식대로 여행하는 다양한 사람들도 구경했습니다. 충만하게 채워진 편안한 마음을 가득 담은 채 집으로 향했습니다.


<무서운 외모와 다르게 착한 중생 편인 4천왕들>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의 소리. 
윤회하듯 다시 일상 속으로



<각자의 소원이 적힌 수많은 기왓장>

이번 템플스테이 중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가 스님들의 ‘관세음보살’이라는 염불입니다. 관세음보살은 세간의 소리, 세상의 소리를 듣는 보살이라고 합니다. 고통을 받는 중생이 열심히 관세음보살을 외치면 관세음보살이 들어준다고 합니다. 1박 2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부처님의 세계에 잠시 놀러 왔던 것 같습니다. 부처님도 저의 세계에 잠시 놀러 오셨을까요? 
가만히 눈을 감고 마음의 소리를 들어봅니다. 소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귀 기울입니다. 결국 관세음보살은 그 단어 자체로 모두에게 ‘스스로 마음의 소리부터 들으라’는 뜻으로 존재하게 되는 ‘무엇’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 마음의 소리를 듣기 위해 잠시 멈췄던 시간, 통도사에서의 템플스테이였습니다.




글/사진 최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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