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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고 싶을 땐 편지하세요. 온기우편함

2023-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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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풍선 89


GKL 사우분들은 혹시 거리의 노란우체통, 온기우편함을 아시나요? 몇 년 전 tvN 인기 프로그램인 <유퀴즈 온 더 블럭> ‘신묘한 씨앗 사전’ 편에서 온기우편함에 대해 소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털어놓고 싶지만 말하지 못하는 고민,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마음 등 다양한 사연을 토닥이는 이곳에는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도착할까요?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부른 온기우편함이라는 또 다른 기적


<덕수궁 돌담길 온기우편함>


<한양대학교 온기우편함>


전국 곳곳에 설치된 노란 온기우편함에 익명으로 고민을 보내면, 온기제작소라고 일컫는 사단법인 ‘온기’에서는 고민편지에 대해 답장을 보냅니다. 답장을 보내주시는 자원봉사자분들을 이곳에선 ‘온기우체부’라고 합니다. 가수 SG워너비의 멤버 김진호 씨의 어머니이신 노기화님께서도 온기우체부로 활동하고 계신 것을 방송을 통해 알 수 있었는데요. 


마음의 위로와 따뜻함을 손 편지에 꾹꾹 담아내는 온기우편함, 이 작지만 큰 울림을 주는 활동을 만들어낸 사람, (사)온기 조현식 대표를 만나봤습니다.

            

<(사)온기 조현식 대표>


Q1. 안녕하세요. 조현식 대표님! 정말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고 계셨나요?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온기우편함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온기우편함은 시민분들 누구나 익명으로 고민을 보내주시면, 손 편지로 답장을 전해드리는 우편함이에요. 우리가 살다 보면 세상에 혼자인 것 같이 외로울 때가 있고, 울적해지는 밤이 있고, 위로받고 싶은 순간이 있어요. 그럴 때 온기우편함에 이 마음을 털어놓아 주시면, 진심을 담아 손 편지로 위로를 전해드리고 있어요.


온기우편함은 2017년 2월 삼청동 돌담길에 1호 온기우편함을 설치하면서 시작된 단체예요.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책을 읽다가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이 책에서 과거에서 온 편지에 미래의 인물이 답장을 전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 판타지적인 요소를 우리 현실에 옮기면 어떨까 싶었어요. 우리 일상에도 동화 같은 일이 필요한 순간이 있으니까요. 


2017년 2월에 시작한 온기우편함은 현재 32곳에 설치돼 있고, 온라인을 통해서도 익명의 고민편지를 받고 있어요. 오프라인 온기우편함 설치 장소 중에 서울 내 7개 대학교도 있어요. 또 CGV와 협업해 CGV 8개 지점에도 우편함이 설치되어 있는데요. 2023년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CGV 부산·전주에도 온기우편함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어요.


● 온라인 온기우편함 주소 : 

    https://ongibox.co.kr/online_letter

● 오프라인 온기우편함 설치 장소 중 서울 내 

    7개 대학교 : 한양대·건국대·고려대·동국대·

    숭실대·경희대·한국외대 등

● CGV 용산·영등포·여의도·연남·왕십리·강변·

   부산·전주 등


Q2. 익명의 고민편지에 답장을 보내는 활동이 참 흥미롭고 신기합니다. 전국적으로 얼마만큼의 고민편지가 (사)온기 (이하 ‘온기우편함’)로 도착하나요?

매주 200통의 고민편지가 도착하고 있어요. 1년 단위로 했을 때는 약 10,000통의 편지가 도착하는 것 같아요. 도착하는 모든 고민편지에 대해 일일이 손 글씨로 답장을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Q3. 고민편지에 답장을 보내는 분들을 ‘온기우체부’라고 합니다. 말 그대로 ‘따뜻함을 전하는 배달부’인데요. 이분들은 사명감도 뭔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혹시 이 온기우체부들에게 강조하시는 대표님만의 답장 ‘기준’이나 ‘철칙’이라는 것이 있을까요?

온기우체부들은 현재 단체 소속으로 300명이 활동 중이에요. 오프라인으로 활동하기도 하고, 랜선으로 집에서 활동하는 분들도 계세요.


온기우체부들에게 꼭 부탁드리는 답장의 기준은 “정답을 강요하지 않습니다.”입니다. 온기우편함에 편지를 보내주시는 온기님(고민사연자)은 어떤 정답을 원하시지 않으세요.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받기를 바라세요. 저희가 전하는 손 편지는 이 공감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세상에 정답은 없고, “이렇게 하세요.”, “그렇게 하지 마세요.”와 같은 정답을 강요하는 건 사회에서 많이 듣는 차가운 말이죠. 온기 손 편지 답장은 “저도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소중한 온기님을 응원하고 있어요.”와 같이 공감과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요.


Q4. 그럼 대표님께서는 지금까지 아주 많은 고민편지를 받아보셨을 것 같은데, 그중 인상 깊었던 편지가 있나요?

생일에 고민을 보내주신 온기님 편지요. 30대 초반 여성분이셨는데, 생일에 혼자 덕수궁 돌담길을 걷다 우편함을 발견하시고 편지를 넣으신 거예요. 편지 내용은 생일날 혼자 밖에 나와 정처 없이 걷다가 이내 마음이 공허해졌고, 누군가의 생일 축하를 받고 싶지만 또 그렇지도 않아서 혼자 있는 게 편하기도 외롭기도 하다는 내용이었어요.


답장은 이렇게 전해 드렸어요. 생일날로 돌아가 온기님과 함께 덕수궁 돌담길을 걷고 싶다고. 돌담길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바라본 계절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버스에 내려 돌담길 초입에 있는 와플집에서 나는 와플 냄새를 맡으며 걷기 시작하셨을지,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들 사이에서 나는 바람 소리를 들으셨을지, 온기우편함을 발견하신 후 편지에 이 마음들을 다 털어놓아 주셨을지. 생일을 정말 축하드린다는 말씀과 함께 전해 드렸어요.


Q5. 온기우편함이 tvN 프로그램 유퀴즈온더블럭 <신묘한 씨앗 사전>편에 소개된 것을 봤습니다. 혹시 방송 전후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유퀴즈>에 온기우편함이 소개된 후 편지가 더 많이 오기 시작했어요. 방송 전에 비해 30% 이상 고민편지가 늘어났어요. 온기우체부 모집에 지원해주시는 분들도 계셨는데, 방송 직후 1,000명의 자원봉사자분이 온기우체부로 지원해주셨어요.


온기를 후원해주시는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우편함이라고 생각해주셔서인지, 기존 후원자분들의 200% 넘는 분들께서 새롭게 온기 후원을 시작해주셨어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소개된 온기우편함 tvN 방송분 캡처
 


Q6. GKL은 ‘세븐럭 카지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업의 특성상 딜러인 저를 포함한 서비스직군 직원들의 경우, 감정이 많이 다칠 때가 많습니다. 우리가 늘 가지고 있는 이 ‘마음의 다침’을 주제로 누군가가 고민편지를 보낸다면 대표님은 어떤 답장을 보낼 것 같으신가요? 

책을 읽다 이런 구절을 본 적이 있어요. 


“그 사람의 말을 선의로 받아들이는 거죠.” 
(펩시 최고경영자가 했던 말인 것 같아요.) 


저도 그래요. 스쳐 지나가며 툭 내뱉은 누군가의 한마디에 하루 종일 기분이 안 좋기도 하고, 잠들기 전까지 그 말이 생각날 때도 있어요. 그 사람이 어떤 의도를 갖고 그런 말을 했을지는 알 수가 없어요. 그래서 그 말을 받아들이는 ‘우리 입장’에서 선의로 생각해 보는 연습을 하는 거죠. ‘비판의 말은 나의 성장을 위해 들었던 말일 수도 있겠다.’, ‘짜증 섞인 말은 다음에 더 잘하려고 자신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겠다.’ 하면서요. 


우리 마음을 지키는 건 우리 자신만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상대방의 말을 막을 수는 없으니, 그 말을 듣는 우리 마음을 바꿔 보는 거죠. 저도 아직 잘 안돼서 연습하고 있어요. 함께 연습해 나가며 다음에 만났을 때는 “어떤 말을 들어도 선의로 들리는 거 있죠.”라며 웃으며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Q7. ‘우리 마음을 지키는 건 우리 자신만 할 수 있는 것’. 마음에 새기고 갑니다. 대표님과 인터뷰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온기우편함을 처음 알게 된 GKL 사우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소중한 GKL 사우분들 모두 지금, 행복하셨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요. 그리고 혹시 행복을 막는 마음의 짐이 있다면, 온기우편함에 털어놓아 주세요. 정답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꼭 같이 고민하고, 같이 응원할게요. 때로는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만으로,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 위로가 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차가운 사회에서 혼자가 아니라, 함께일 수 있다는 온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온기 가득히,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누구나 보낼 수 있는 고민편지


<온기우편함으로부터 받은 답장편지들>


고민이 있거나 편지로 말하고픈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온기우편함에 편지를 보내면 됩니다. 편지를 보내면 최대 한 달 안으로 답장이 정말로 옵니다. 사실 저도 취업준비생 시절 고민이 많아 편지한 적이 있었는데 놀랍게도 답장이 왔습니다. 설렘반 걱정반으로 기다리다가 정성스러운 손 편지 답장을 받으니 마음의 큰 위로가 됐습니다. 


<취업준비생 시절 기자 본인이 직접 온기우편함에 보냈던 고민편지>



<취업준비생 시절 받았던 온기우편함의 손편지 답장>


누구나 될 수 있는 ‘온기우체부’

고민편지의 답장을 하는 ‘온기우체부’는 누구나 될 수 있습니다. GKL에도 온기우체부가 있었습니다. (사)온기 조현식 대표님과의 오랜만이라고 인사하는 인터뷰에서 혹시 힌트를 찾으셨나요? 네, 바로 접니다. 고민편지를 보냈던 것이 인연이 되어 2017년부터 2019년 초까지, 고민편지에 답장을 하는 온기우체부로 활동했습니다. 


모르는 사람에게 답장을 하는 것이 저도 처음에는 정말 어색했지만 저에게 또다시 답장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감사함도 많이 느꼈습니다. 카지노 딜러로서 손으로 감정 없는 ‘돈’만 만지다가, 온기우체부가 되면 따뜻한 ‘마음’을 만지는 기분이었다고 할까요? 


비록 교대근무로 인해 여유가 없어 지금은 그만뒀지만 그때의 좋은 기억이 지금을 살아가는 데에도 큰 힘이 됩니다. 사우 여러분도 마음을 전하는 손 편지에 관심이 있다면 온기우체부가 되어보세요.



<고민편지에 답장을 하고 같은 분으로부터 받은 답장편지> 



<온기우편함 후기>


온기우편함은 가까이에... 용산CGV 온기우편함 

온기우편함은 세븐럭카지노 서울 드래곤시티점과 아주 가까이에도 있습니다. 서울드래곤시티점 바로 옆 건물인 용산 아이파크몰 6층에는 영화관 용산CGV가 있습니다. 이곳 티켓 창구 옆 작은 공간에는 온기우편함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GKL 사우분들께서도 혹시 고민이 있다면 이곳을 방문해 편지를 보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아이파크몰 6층 용산CGV 가는 방향 안내>


<용산CGV 온기우편함 위치 (화살표 가리키는 곳)>

<용산 CGV 온기우편함> 


(사)온기 조현식 대표와 손 편지로 답장해주시는 온기우체부들 덕분에 요즘 세상도 이렇게 따뜻할 수 있음을 느낍니다. 


우리는 지난 한 해 너무 많은 일을 겪었습니다. 2023년 새해를 마주하는 우리들 앞에는 조금 더 따뜻한 한 해가 다가와 주길 기원합니다. 세상의 모든 고민과 걱정이 온기우편함의 손 편지로 조금이나마 치유되길 바라며, 계속해서 따뜻한 세상을 만드는 온기우체부들을 GKL도 응원하겠습니다.


기대고 싶을 땐, 언제든 편지하세요. 




글/사진 최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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