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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물 부족 시대 한국은 ‘물 스트레스 국가’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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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할머니 댁을 방문했다가 안내방송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극심한 가뭄이 지속되어 저수율이 현저히 낮아지고 있습니다. 생활 속 물 절약, 지금 당장 실천할 때입니다.] 지속된 가뭄으로 식수원 댐의 수위가 낮아 쓸 수 있는 물이 부족하니, 물을 아껴 쓰자는 안내방송이었는데요. 심각한 물 부족 문제로 하루에도 여러 번 안전 안내 문자와 안내 방송을 통해 물 절약을 강조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온 물 부족 문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물 부족, 실제로 겪는 사람들이 있을까?


<물 부족 관련 안내문자>


아직도 물 부족은 남의 나라 일 같이 느껴지곤 합니다. 하지만 현재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지역이 있는데요. 바로 전남의 도서 지역입니다. 지난해 남부지역은 5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맞이했습니다. 

실제로 전남의 섬 지역에서는 심각한 가뭄으로 인해 제한 급수가 이루어지고 있는데요. 식당에서 설거지할 물이 없어서 멀쩡한 다회용기를 두고 일회용기를 사용하고,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 등 물 부족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실정입니다. 

심지어 끓여 마실 빗물도 모자라, 육지에서 페트병으로 식수를 공급받고 있다고 합니다. 남부 도서 지역뿐만 아니라, 광주광역시의 식수원인 순천 주암댐과 화순 동복댐의 저수율도 20% 선이 무너져 이와 같은 가뭄이 지속된다면, 5월 중 광주지역도 제한 급수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제한 급수는 말 그대로 물 공급을 제한하는 것으로, 특정 시간에만 수도를 공급하는 것을 말합니다. 제한 급수가 시행되면 밥을 짓고, 얼굴과 몸을 씻고, 빨래를 하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불편을 겪게 됩니다. 

지금은 수도만 틀면 물이 콸콸 나오기 때문에 물 부족은 우리에게 먼 이야기로 들리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벚꽃이 피는 순서대로 물 부족과 가뭄 위기를 겪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 다음 세대에나 겪을 것 같았던 물 부족 문제가 실질적으로 지금을 사는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물이 부족해서 반도체를 생산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활 속 불편뿐만 아니라, 물 부족 문제는 우리 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당장 농사철을 맞은 농민들은 저수지가 말라 농업용수 부족으로 걱정이 태산입니다. 모내기를 앞두고, 국내 최대의 곡창 지대인 호남평야도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호남평야의 농업용수 공급원인 섬진강댐 저수율이 20%대까지 떨어지며 최저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입니다. 

물이 부족하면 농작물이 제대로 자라지 않아 당연히 농산물 가격 상승은 물론 농민 피해로 고스란히 이어지게 되는데요.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앞으로 일부 농산물의 가격 폭등이 예상되며 밥상머리 물가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산업계도 비상입니다. 국내 최대의 석유화학 단지인 여수국가산업단지에서는 공업용수 부족 문제로 고심 중인데요. 여수 산단의 공장을 가동하는 장비의 열을 식히는 데 사용되는 냉각수는 하루 90만 톤에 이른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 같은 가뭄이 장기화될 경우 한계 수위에 도달해 공장 가동 중단까지 이를 수 있어 천문학적인 피해를 보게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생산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반도체는 ‘극초순수’라는 고도로 정제된 물을 이용하여 생산하는데, 공장 한 채당 하루 수십만 톤에 달하는 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공업용수 부족은 반도체 생산에 치명적입니다.

실제로 세계 최대의 반도체 공장이 있는 대만에서는 2021년 긴 가뭄으로 인해 공업용수 저수지의 저수율이 10%대까지 떨어지자 공장 셧다운 위기를 겪었고, 외부에서 물 차량을 이용해 공업용수를 공급받아 생산을 이어가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물 스트레스 국가’


<물 스트레스 지수(세계자원연구소, 2019 자료)>


서울 시민이라면 물이 가득한 한강의 모습을 매일 봐서 피부에 와 닿지 않겠지만 알고 보면 대한민국은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됩니다. 1인당 가용 수자원량이 1,000~1,700㎥ 미만인 나라를 ‘물 스트레스 국가’로 분류하는데요. 대한민국은 물 스트레스 국가로, 2025년에는 ‘물 기근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계절별 강수량 편차가 크고, 인구밀도가 높아 실제로 쓸 수 있는 물의 활용과 보관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시민들이 물이 풍요롭다고 생각하고, 물을 낭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우리가 부족한 물을 수입해서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 ‘가상수’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가상수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어떠한 제품을 생산하는 데 있어 전 과정에 사용되는 물을 말합니다. 농산물뿐만 아니라 소고기, 닭고기와 같은 축산물 그리고 공산품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물이 여기에 해당되는데요. 

예를 들어 생활 속 커피 한 잔(125ml)을 만드는 데는 물 약 140L, A4용지 한 장을 만드는 데는 약 10L의 물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쌀 1kg을 생산하는 데는 약 5,100L의 물이 필요하다고 하는데요. 우리가 생활하는데 필요한 물은 우선적으로 사용하고, 부족한 물은 가상수로 수입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가 물 부족을 쉽게 체감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환경전망 2050'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25년 물 기근 국가를 거쳐 2050년 OECD 소속 국가 중 물 스트레스 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가 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우리가 실제로 물 부족을 체감할 날이 머지않았는데요. 그럼에도 한국인의 1인당 물 사용량은 전 세계 3위에 자리 잡을 정도로 매우 높습니다. 생활 속 물 절약 실천 외에도 불필요한 소비를 의식적으로 줄여 보이지 않는 물을 아끼는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



매년 3월 22일은 세계 물의 날로 인구와 경제활동의 증가로 인해 수질이 오염되고 전 세계적으로 먹는 물이 부족해지자 UN이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지정한 날입니다. 그리고 올해 세계 물의 날을 맞아 미국 뉴욕에서는 46년 만에 ‘UN 물회의(Water Conference)’가 개최됐는데요. 

인류 공동의 자산인 물을 지키기 위한 범세계적 노력을 강조하며, 물 부족 경고와 더불어 전례 없는 수준의 수자원 보호를 위한 국제적 약속이 필요하다고 강하게 촉구했습니다. 

‘2023 UN 세계 물의 날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세계 인구의 10%가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고 있으며, 물 부족에 처한 도시의 인구가 2050년까지 최대 24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또한 기후 변화로 계절적 물 부족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무분별한 물 소비와 과도한 개발,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해 물 부족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경고했습니다.



물 자원을 아끼는 노력, 지금부터


<출처=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


21세기는 물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인구 증가, 기후변화, 산업화, 수질오염 등으로 물 부족이 심화되고, 안전한 물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핵전쟁 가능성보다 물 전쟁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말이 있을 만큼, 물 자원을 둘러싼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이는데요. 

현실화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물 리스크와 더불어 코앞까지 다가온 물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수 담수화 시설 확충, 상하수도 시스템 정비, 하수 재처리 시스템 고도화 등 국가적 차원에서 앞으로 다가올 물 부족 문제를 미리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물의 가치를 다시 생각해보며 실생활에서 물을 아끼고 절약하는 습관을 길러 앞으로 다가올 물 부족 상황에 미리 대비하는 연습을 하는 것도 필요해 보입니다. 무심코 흘려보내는 물, 10년 뒤에도 똑같이 쓸 수 있을지 한 번 고민해 보는 건 어떨까요?





글/사진 노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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