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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을 그리는 카지노 딜러 ‘검은양말요정’ 작가를 만나다

20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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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풍선 41


최근 웹툰을 보는 사람이 많아지며, SNS를 통해 만화를 올리는 '인스타툰'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인스타툰은 네이버나 다음 등의 플랫폼이 아닌 소셜 네트워크 인스타그램에 연재하는 만화를 뜻합니다. 인스타툰은 작가와 독자가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에게 각광받는 웹툰입니다. 내용이나 표현에 제약이 없기 때문에 작가가 재미있는 내용을 검열없이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GKL에도 인스타툰을 그리는 사우가 있어서 인스타그램 계정을 방문해봤는데요. '검은양말요정'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스타 계정에는 본인을 닮은 귀여운 캐릭터와 현실적이지만 공감가는 그림들로 가득했습니다. 그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인스타툰 작가 검은양말요정님을 함께 만나볼까요?


Q1. 안녕하세요. 검은양말요정님, 본인 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웹툰을 올리는 인스타에서는 ‘검은양말요정(검요)’이라고 불리고, 현실세계에서는 GKL 강남코엑스점 카지노 딜러로 근무하고 있는 김나연입니다. 


Q2. 카지노 딜러의 삶을 살다가 인스타툰을 올리기 시작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계기로 그림을 그리게 됐을까요?

저는 원래 만화를 매우 좋아하고, 그림 끄적이는 것도 좋아했는데요. 성인이 되고는 취업준비 때문에, 취업 후에는 회사에 적응한다는 핑계로 그림 그리는 것을 소홀히 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19를 맞이한 어느 날,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 전 문 앞에서 체온측정을 하고 이를 적은 뒤 출근하는데 체온측정표를 미처 못 보고 지나치는 분을 본 적이 있었어요. 그래서 귀여운 캐릭터를 그리고 말풍선 안에 “체온 측정 부탁드립니다”라고 썼습니다. 

우연이었지만 종이 안의 캐릭터를 보며 직원분들이 출근할 때 웃기도 하고, 그림 너무 귀엽다고 누가 그렸냐며 많이 물어봐 주셨다는 얘기를 동기들에게 들었습니다. 덕분에 코로나로 침체됐던 분위기를 좋게 만들었다는 명목으로 우수사원 상도 받으면서, 그림 그릴 때 행복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또 한편으론 회사에서 내가 이런 식으로 표현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더 많은 것을 표현하고자 다시 그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Q3. 그래도 오랜만에 그리는 그림인데 떨리거나 걱정되는 것은 없었나요? 

거창하게 시작하지 말고, 그냥 한 컷만 그려보면 어떨까란 생각으로 5년 동안 매일 꾸준히 쓰고 있는 일기 중 가장 재미있었던 일을 꺼내 포스트잇에 끄적이면서 다시 그림을 시작했습니다. 

혼자서 꾸준히 한 장씩 그리다 100일쯤 됐을까요? 그때부터 점점 그림에 대한 욕심이 생겼고, 스스로 스토리를 풀어나갈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인스타툰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당시 일기에 있는 내용을 포스트잇에 한 컷씩 그렸던 사진>


Q4. 현재 검은양말요정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많고 많은 사물 중에 ‘검은 양말’을 붙인 이유가 있을까요? 

제 자신도 무난한 사람이고, ‘김나연’이란 저의 이름에 특이한 점도 없어서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봤어요. 그렇게 활동 이름을 생각하던 와중에 제가 신은 검은 양말이 눈에 띄었습니다. 제가 매일 신는 검은 양말은 어떻게 보면 제 업과 함께 하는 필수품이니 이 검은 양말이 저의 정체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Q5. 인스타툰을 보면 흥미로운 주제가 많이 나와요. 그림의 아이디어들은 주로 어디서 얻나요?

제 그림의 아이디어 원천은 주로 회사입니다.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시간을 따로 두진 않고 회사 다니면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메모장에 적어 두곤 합니다. 

예를 들어서 어제는 블랙잭을 하다가 일본 고객님한테 '오꺅사마'라고 해야 되는데 발음이 꼬여 버리는 바람에 '오카상'이라고 해버렸습니다. 졸지에 40대 남성 손님을 엄마라고 부른 게 너무 웃겨서 내려오자마자 메모장을 켜서 메모를 해놓고 꼭 만화로 올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6. 인스타툰을 오픈한 이유는 무엇인지, 동료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일상툰 위주로 올리는 작가이기 때문에 처음에 회사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오픈하는 것이 조금은 부담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오픈한 것은 제 성격상 비밀로 하면 오히려 게을러질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다 오픈하자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렇게 하길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게을러지려고 할 때마다 주변에서 왜 업데이트 안 하냐는 말에 부지런하게 업로드도 할 수 있었고, 이렇게 사보 인터뷰 기회도 주어졌으니까요. 




Q7. 힘들 때마다 작가님을 일어나게 하는 원동력이 있을까요? 

제 원동력은 바로 저희 가족입니다. SNS를 전혀 모르시는 아빠가 딸이 인스타툰을 시작한다고 하니 동생에게 물어가며 인스타그램에 가입하시고, 모든 게시물에 좋아요까지 눌러주셨어요. 그런 아빠는 지금까지도 저의 가장 큰 팬이자 원동력입니다. 

저의 가장 큰 지지자 중 한 명인 엄마는 제가 슬럼프에 빠지려고 할 때마다 응원의 말을 해주시고, 미적 감각이 뛰어난 동생은 제가 그림을 올리면 대칭이 맞는지, 색감은 어떻게 쓰는 것이 좋을지 등 객관적으로 봐주는 찐 팬입니다. 제 가족들은 제가 힘들 때마다 저를 일어나게 해주는 힘인 것 같습니다. 


Q8. 올렸던 만화중에 ‘욕망의 카지노 딜러’라는 내용의 툰이 있습니다. 이목이 집중되는 제목인데 왜 ‘욕망의’카지노 딜러에요?

제가 감명 깊게 읽었던 자기개발 책에서 ‘자기 욕망에 충실한 것이 자기를 개발하는 최고의 방법이다’라는 문장을 봤습니다. 그 문구를 읽으며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파악하고 그 욕망에 충실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렇게 다짐하고 손님들을 보니 순간 ‘돈, 재미, 오락’이라는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이 카지노라는 것을 몸소 깨달았습니다. 욕망이 가득 찬 이곳과 그곳에서 ‘잘살고 싶다는 욕망’을 가진 저를 이야기로 풀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작한 시리즈가 ‘욕망의 카지노 딜러’ 시리즈입니다.



<밑스케치 사진>



<욕망의 카지노 딜러 시리즈>


Q9. 가장 반응이 좋았던 인스타툰이 있을까요?

보통 카지노 딜러라고 하면 카드를 조작할 줄 안다, 기가 쎄다 등의 직업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사실들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이런 편견을 깰 수 있는 내용을 욕망의 카지노 딜러 편에 담았는데 그래서인지 주위 동료들이 많은 공감을 보내왔고 반응이 가장 좋았습니다. 


Q10. 인스타툰을 시작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험이 있을까요? 

인스타툰을 시작하면서 저의 팬이라는 또래의 여자분이 댓글을 꾸준히 달아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사석에서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야기 중에 그분이 ‘카지노에 대한 이미지’가 제 덕분에 조금은 바꼈다고 해주셨어요. 

처음 직무면접에서 받았던 질문 중 하나가 “카지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냐”는 질문이었는데 팬분과 이야기 나누며 제가 일하는 곳의 이미지에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Q13. 마지막으로 사우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그림을 그리는 결심을 하기까지 많은 생각과 걱정을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고민의 시간이 무색하게 그림 그리는 것 자체가 즐겁고 행복합니다. 업무 외에 좋아하는 일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에요. 사우분들도 과연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일지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찾아 집중해서 실행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인스타그램 계정 바로가기>





글/사진 서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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