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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춤의 시간, 블라인드를 통해 본 우리의 내면 상태 파악하기

2023-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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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를 통해 채워지길 바라는 관계적 욕구와 
일상에서 친밀함을 누릴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생각해보는 멈춤의 시간”


우리의 삶에 끊이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불평’입니다. 미국 캔자스시티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불평없는 세상만들기’란 캠페인에 전 세계 80개국 600만명이 참여할 정도로 불평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뜨겁습니다. 이 캠페인은 우리의 일상을 갉아먹는 불평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보라색 밴드를 한쪽 손목에 차고, 불평할 때마다 다른 손목으로 옮겨 차는 것으로, 목표는 한 손에 차고 불평 없이 21일을 살아내는 것입니다. 이 기간 동안 우리는 일상에서 무심코 하는 불평을 자각하는 효과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불평을 스스로 인식하는 것만으로 확실히 불평을 줄이는 변화를 경험할 수 있듯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활동을 의식화하는 것은 중요한 관점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우리가 무심코 사용하고 있는 블라인드를 의식화함으로 그 의미를 되짚어 보고자 합니다. 




지속가능한 기업 문화를 위한 직장인 플랫폼 블라인드




2013년 출시된 블라인드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의 온라인 플랫폼으로 사내 익명 게시판으로 시작해서 현재는 직장인들의 대표적인 소통 플랫폼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국내 대기업 조직원의 10명 중 8명이 사용할 정도로 많은 사용자를 가졌다는 블라인드를 잘 사용하지 않더라도 한 번씩은 들어봤을 정도로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사용자를 가진 큰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속한 조직뿐 아니라 타 조직에 대한 다양하고 생생한 이슈를 빠르고,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블라인드는 올리는 사람도, 반응하는 사람도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의 가수처럼 온라인에서 가면을 쓰고,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기에 부당하게 당한 일부터 누구에게도 말하기 힘든 사내 관련 사건을 알릴 수 있는 일종의 사내 심문고 기능까지 궁금증을 해결하는 상담 기능과 같은 역할도 합니다. 


그러나 ‘전 세계 기업의 지속 가능한 기업 문화를 위한 직장인 플랫폼’이라는 홍보 문구가 무색할 정도로 목적과 다르게 평소 원한을 가진 사람을 표적으로 삼는 비방과 조롱 그리고 각종 음담패설과 같은 입에 담기도 힘든 글 또한 넘쳐나고 있어서 한번 정도는 멈추어 서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온라인을 통해 한 번에 상승하는 내적 친밀함을 바탕으로 쏟아내는 불평




그렇다면 블라인드를 통해 얻기 원하는 내면의 욕구는 무엇일까요?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겠지만 필자는 이를 관계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흥미롭게도 블라인드에 게시된 글에는 가까운 사람에게 말하듯 표현되는 내용이 많습니다. 마치 친한 동료나 친구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개인의 내면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꺼내는 것입니다. 이는 관계로 볼 때, ‘사실’이나 ‘의견’의 낮은 친밀함의 단계를 넘어 자신의 ‘느낌’이나 ‘두려움’, ‘실패’와 같은 높은 수준의 친밀함의 관계에서 나누는 대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매튜켈리란 작가는 친밀함(intimacy)이란 책에서 ‘느낌’은 긍정적인 느낌부터 부정적인 느낌까지 지극히 주관적이기에 상대방이 안전하다고 판단되지 않으면 표현하기 힘들며 ‘두려움’이나 ’실패’를 나눌 수 있는 관계는 자신의 가면을 벗는 것과 같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친밀함의 7단계 중 6단계에 해당되는 높은 친밀한 관계라고 말합니다. 


이런 높은 친밀감의 표현이 여과 없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블라인드 속성상 자신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전제하에 같은 조직에 속하는 불특정 다수를 친구 내지는 동지로 보는 안전한 관계가 전제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 내면의 친밀함을 경험하고 싶은 욕구와 연결됩니다. 언제든 자신의 속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은 대상이 있을 때 채워지는 욕구입니다. 그렇다면 그런 친밀한 대상에게 조직의 이야기를 한다면 어떤 것을 먼저 꺼낼까요?


친한 동료와 커피 한잔하며 이야기를 한다고 상상해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직에서 발생하는 불편한 감정의 찌꺼기를 해소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평소 못마땅하게 여기는 부분인 불만을 표출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불평입니다. 서두에 말한 것처럼 안타깝게도 불평은 우리 삶의 일부가 됐습니다. 특히 조직에서 일을 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인간의 민낯을 보며 말로 풀기 힘든 불편한 감정이 마음에 계속 쌓이게 됩니다. 


특히 상사와 부하직원의 경우에 발생하는 일이라면 부하직원의 입장에서 갈등의 매듭을 푸는 것보다 오히려 피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기 쉬워 더더욱 그렇습니다. 따라서 이를 표출할 창구가 누구에게나 필요하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해소되지 않는 감정의 찌꺼기는 지위적으로 자신보다 약한 대상에게 표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소아정신과 서천석 의사는 이런 대상을 감정의 하수구라고 표현합니다. 감정의 하수구는 또 다른 감정의 하수구를 만들고, 이것이 계속되면 어느 순간 부정적 감정이 농축된 폭탄이 되어 블라인드와 같은 익명 플랫폼에서 폭발하게 됩니다. 해당 글의 사실 유무를 떠나 부정적 감정이 폭발하는 장소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부정적 감정이 대화를 통해 해소된다면 전후 맥락을 따라 이해될 수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제대로 표현되기 어렵다는 단점 또한 이해해야 합니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소통하기




그렇다면 이해를 넘어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다양한 해결책이 있을 수 있지만 일상에서 가능한 감정의 찌꺼기를 만들지 않도록, 좋은 소통을 늘려가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 그리고 문제 발생시 상황 해결을 위해 가능한 중립적으로 바라보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문제를 대하는 자신의 내면의 바람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질문해 보는 것이 불평을 넘어 해결책으로 향하는 길이 될 수 있습니다. 


부정적 감정이 생기면 빠르게 감정을 해소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그 감정에서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질문하며 솔직하게 잠시 머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그런 욕구를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도 생각해보며 가능한 모두에게 좋은 상태가 될 수 있는 대안을 찾는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런 균형잡힌 관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현재 모습을 자각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코치가 곁에 있으면 도움이 됩니다. 때로는 부모님, 자녀 또는 친구가 그 역할이 될 수 있습니다. 




매일 하루 세 가지의 좋은 일 적어 보기




마지막으로 하루에 5%만 일상에 잘 되는 일에 초점을 맞춰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스턴워싱톤대학의 필립 왓킨스 박사는 부정적 사건이 주는 임팩트가 긍정적 사건이 주는 임팩트보다 크기에 우리는 일상의 수많은 좋은 일을 간과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하루 중 일어나는 소소하지만 좋은 일을 문장으로 적어보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주파수를 좋은 사건으로 맞추는 효과를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매일 하루 3가지의 소소하지만 좋은 일을 적다 보면, 자신을 비추는 수많은 선물이 일상에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선물이 어디에서 왔는지 인식하고, 인정, 표현하는 과정에서 주변 사람과 더욱 친밀한 관계로 한 발짝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는 자신을 드러내면서도 좋은 소통을 만들어가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글_감사연구소 소장 한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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