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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 강박증? 제대로 알고 계시나요?

2023-09-08

조회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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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은 여느 때보다 길고 뜨거웠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그토록 바라던 시원한 바람의 계절, 가을이 성큼 다가왔네요.
계절이 바뀌면 옷도 인테리어도 한 번씩 정리가 필요한데요.
여러분들은 필요에 따라 잘 정리하고, 버리고 계신가요?
이럴 때마다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해서 괴로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저장 강박증’ 이야기입니다.



쓰레기까지 수집하게 되는 저장 강박증



먼저 저장 강박증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중요한데요. 저장 강박증은 강박장애의 일종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알렉산더와의 일화로 유명한 철학자 디오게네스의 이름에서 유래되면서 ‘디오게네스 증후군’이라고도 불리고 있습니다. 정신의학과에서 주로 사용하는 DSM-V 진단체계에서는 ‘저장 장애’로 등록되어 있기도 하죠.

저장 강박증이 생소한 분도 있겠지만 최근 심심치 않게 뉴스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쓰레기 집에 사는 사람들’과 같은 기사에서 접해본 분들도 있을 겁니다.

‘자신에게 가치 없거나 쓸모없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수집하는 증상’인 저장 강박증에 병리적인 증상까지 겹치면 집에 있는 물건을 포함해 쓰레기 또는 여러 재활용품까지도 주워 와 집안에 쌓아 두게 되는데요. 자신이 생활해야 하는 작은 공간마저 물건에 빼앗겨 버린 사람들이 이런 장애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결과는 단 하나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는 병’



저장 강박증의 원인은 명확하게 단정 지을 수 없고 다양한 부분에서 생각해 봐야 하는데요. 주로 뇌 손상이나 인지기능이 손상된 노인들에게 자주 나타나지만 요즘은 우울증이나 성격장애와 함께 관찰되기도 하고, 발병 연령으로 보면 빠른 경우는 청소년기 시기인 11~15세 경부터 발현됩니다.

특히, IT 세대에 살고 있는 젊은 층은 코로나 시대 이후 무기력이나 *무망감 을 강하게 겪은 경우 오랫동안 저장해 둔 컴퓨터 속의 사진이나 파일들을 버리지 못하고 외장하드를 몇백 개씩 사서 저장하기도 합니다.

*무망감 무력감을 넘어 절망적인 감정으로 내가 처한 상황 자체에 힘들어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노력과 의지에도 앞으로의 미래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일종의 좌절감에서 나오는 감정

또한 핸드폰이나 게임기를 사 모으고 심지어 고장 난 전자기계임에도 불구하고 모두 수집하는 새로운 저장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데요. 이러한 저장 장애 속에 숨겨져 있는 핵심 심리는 물건을 사람으로 의인화하면서 물건에 가지는 강한 감정적인 집착이라고 할 수 있어요.

또한, 대부분 저장 강박증을 겪는 사람은 자신의 물건이 언젠가는 유용하게 사용될지도 모른다는 강한 믿음과 물건을 버리면 그 사람이나 사건에 대한 기억도 함께 사라진다는 잘못된 신념 속에 갇혀서 아무것도 버리지 못하는 병에 걸리게 되는 것입니다.


나도 혹시? 저장 강박증 체크리스트!


누구나 버리지 못하는 물건이나 추억쯤은 하나씩 있는데요. 그렇다면 어느 정도가 돼야 저장 강박증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장 강박증까지는 아니더라도 물건을 모으고 버리지 못하는 습관이나 행동이 있으신 분들도 혹시 저장강박증이 있는 것이 아닌지 가볍게 자가 진단 테스트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5개 이상일 때 저장강박증 의심, 8개 이상 해당될 시, 전문가의 상담과 치료 필요


텅 빈 마음에 물건 대신 나에 대한 애정 채우기


이러한 저장강박증의 대처법 및 극복법에는 여러 가지가 대두되고 있습니다. 저장 강박증이 단일하게 나타나는 것보다 다른 질환과 함께 공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관련 약물 치료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 외 잘못된 신념이 저장 행동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인지행동치료’를 통해 그 사람의 생각의 회로 원점을 찾아 개선하거나 수정하고 생산적인 대안책들을 찾아보는 심리치료 개입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동안 만난 많은 저장 강박증 내담자들의 공통된 특징에는 ‘애정결핍’이 숨겨져 있었는데요. 사람에 대한 수많은 상처로 인해 사람에 대한 기대가 없어지고 오히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물건에 대한 애착을 가지면서 내면에 미충족된 애착을 대신해서 채우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니 과도한 저장 행동에 대한 단순한 비난보다는 그 사람에게 내재돼 있는 핵심감정에 대해서 알아봐 주려는 노력이 참으로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 자신이나 지인이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면 가까운 상담 센터나 치료기관을 함께 방문해 보길 추천드립니다. 대부분의 정신의학과적인 장애는 겉으로 보이는 모습 이면에 가슴 아픈 좌절감이나 상처가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대할 때 그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마인드카페 심리상담센터 분당점 원장 박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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