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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犬)생역전: 캐스퍼가 된 유기견 설기 이야기

20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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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검은양말요정>


<캐나다 체크인>에서는 가수 이효리가 해외 입양 보낸 유기견들을 찾아 떠난 특별한 캐나다 여정을 담아냈는데요. 특히 입양 간 개들이 이효리를 알아보는 모습은 많은 시청자의 눈물을 자아냈습니다. 제 주변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견생역전의 주인공이 있어서 사우 여러분에게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지금부터 유기견 설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유기견 설기와 임시보호자의 첫 만남



<포인핸드 입양공고에 올라온 설기(사진에서 두 번째) 4남매>


2020년 8월, 유기견 설기의 임시보호자는 함께 유기된 믹스견 4남매 중 수컷 강아지 한 마리를 포인핸드 앱을 통해 알게 됩니다. 포인핸드(PAWINHAND)는 전국 유기 동물 보호소에 구조된 유기 동물들의 입양을 도와주는 플랫폼입니다.


매년 전국적으로 10만 마리 이상의 유기 동물들이 보호소로 구조되고 있지만, 이 중 절반에 가까운 동물들이 끝내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안락사되거나 자연사하고 있습니다. 


설기 임시보호자는 포인핸드 앱에서 만난 설기의 입양처가 정해지기 전까지 유기견을 가정에서 보호하며 사회성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임시 보호(임보)’를 결정하게 됩니다. 강아지의 이름은 구조자가 지어준 ‘설기’, 그렇게 설기와의 첫 만남이 시작됩니다.



관심과 사랑으로 건강을 되찾아 가는 설기



<보호소에서 파보, 코로나 양성 판정 받은 설기>


설기는 국내 이동봉사자의 도움으로 가평 유기 동물보호소에서 임시보호가정(이하 임보처)에 도착합니다. 처음 임보처에 도착했을 때 설기는 열악한 동물보호소의 치사율 높은 전염병 파보, 코로나, 기관지염에 걸려 걷지도 못한 채 축 늘어져만 있는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보호소에서 처음 임보처로 온 설기>             



<기관지염에 좋은 배숙 먹으며 회복하는 설기>


하지만 보호소와 연계된 병원에서 주기적인 통원 치료를 하고, 정성스러운 간호를 받으며 조금씩 회복해 갔습니다.




건강을 되찾은 설기는 산책을 통해 어린이들은 물론 다른 강아지와 교감하며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구조 전 학대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인지 성인 남자와 마주치면 주저앉아 꼼짝 못 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 또한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노력으로 조금씩 극복해가게 됩니다.


주변의 관심과 사랑으로 하루가 다르게 몸집이 커지는 진도 믹스견 설기. 좁은 원룸 임보처에서 계속 함께할 수 없기에 설기의 입양처를 구해야 했습니다. 임보자는 구조자와 함께 인스타그램을 통한 입양 홍보를 이어 나갔습니다.


국내에서 설기 같은 진도 믹스견의 경우 품종견을 선호하는 국내 가정에 입양이 어렵고, 중∙대형견의 경우도 한국의 주택 구조상 키우기 힘들어 해외 입양이 많습니다. 따라서 SNS의 글로벌 파급력을 이용해 많은 국내 유기견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습니다. 그렇게 임시 보호 3개월 차, 설기도 드디어 인스타그램을 통해 평생 가족을 만나게 됩니다.



비행기 타고 설기에서 캐스퍼로 견생역전



<해외 이동봉사자를 통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한 설기와 다른 유기견 / 출처: 인스타그램@our_4_white_dogs>


해외 이동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설기는 평생 가족이 있는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게 됩니다. 긴 이동시간과 낯섦에 지쳤는지 처음 만난 가족들을 경계하고 짖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미국의 새 가족들은 그런 모습을 이해하고, 설기를 진심으로 가족의 일원으로 맞아주었습니다. 


이제 설기는 ‘캐스퍼(Casper)’라는 귀여운 영어 이름도 갖게 됐고, 캐스퍼가 원하는 건 다해 주는 엘리엇 형도 생겼습니다. 캐스퍼는 이사벨 누나를 제일 좋아해서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기도 합니다. 


가끔은 트라우마에 의한 공격성을 보이며, 14살 노견 유키랑 니키를 다치게 해 부모님의 근심이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가족들은 사랑으로 감싸주었고, 전문 트레이닝도 받으며 함께 노력해주었습니다. 덕분에 캐스퍼는 현재 미국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습니다.



<캐스퍼의 미국에서의 생활 모습 / 출처: 인스타그램@our_4_white_dogs>



<캐스퍼의 새로운 가족들 /  출처: 인스타그램@our_4_white_dogs>



유기견과 의미 있는 동행


사실 설기 이야기는 기자 본인이 임시 보호했던 강아지 이야기입니다. 사진 속 가족들과 행복한 캐스퍼의 모습을 볼 때마다 임시 보호는 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많은 사람의 작은 선행이 모여, 버려진 한 생명이 새 가족과의 삶을 찾았고, 서로의 일상에 큰 기쁨이 됐습니다. 하지만 만약 해외 이동봉사자가 없었더라면 설기는 캐스퍼가 되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릅니다. 


유기견 임시 보호와 입양도 물론 좋지만 최근 많은 사람이 동참하고 있는 해외 이동봉사는 그보다 어렵지 않아 더 쉽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 미국, 캐나다 출국 계획이 있는 누구나 유기견을 새 가족의 품으로 데려다 줄 수 있는데요. 해외로의 일정이 있다면 해외 이동봉사로 유기견과 의미 있는 동행 어떠세요?









글/사진 전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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