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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혈모세포 기증, ‘2만분의 1의 기적’

2022-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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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에서 혈액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는 조혈모세포*는 정상 혈액의 약 1%를 차지하지만, 백혈병과 같은 혈액암 환자들은 조혈모세포가 정상적인 혈액을 만들어 내지 못하여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입니다.


*조혈모세포란?

백혈구, 적혈구 및 혈소판 등의 혈액세포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지닌 줄기세포로 주로 골수에 분포하며 말초 혈액에서도 일부 발견해 난치성 혈액질환의 치료에 이용된다.

과거에는 골수이식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으나 정확히는 골수에 존재하는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혈모세포 이식’이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또한, 골수에 직접 관을 꽂아서 채취하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헌혈하듯 기증하는 말초혈 채취법을 실시하고 있으므로 골수이식 대신 조혈모세포 이식이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합니다.



조혈모세포 기증, ‘2만분의 1의 기적’과도 같은 확률


백혈병의 경우 항암제로 기존 조혈모세포와 암세포를 모두 죽여 없애고 건강한 세포를 이식하는 방법으로 치료합니다. 피의 씨를 말리다시피한 뒤, 새것을 넣기 때문에 면역반응으로 인해 환자의 생명이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백혈구항원(HL-A)* 유전자 8개가 모두 일치하는 조혈모세포를 찾아 이식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입니다. 혈연관계를 포함해서 항원이 같은 기증자를 찾을 확률은 매년 10% 남짓으로, 기증을 희망하더라도 항원이 일치하는 기증자를 찾기란 2만분의 1과 같은 기적이라고 불립니다.


질병관리본부는 ‘조혈모세포 및 제대혈(탯줄혈액) 기증’에 대한 대국민 인식조사’에서 10명 중 7명이 이 기증에 대해 알고 있으며 5명은 기증 의향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기증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 대다수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이 두려움을 이겨내고 시간과 체력을 아낌없이 봉사하고 온 GKL의 동료가 있어 만나보았습니다!






Q 안녕하세요! 정말 대단한 일을 하고 오셨어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부산롯데점 오퍼레이션팀 양연수입니다! 기증에 참여하는 동안 병원에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사진을 많이 남기지 못해 아쉬워요. 하지만 제 경험담을 공유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Q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기증하는 게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특별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니에요. 평소에도 헌혈을 종종 하는 편인데, 약 3년 전 헌혈의 집에서 조혈모세포 기증 안내문을 보고 저에게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행운의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신청해 보았습니다!


Q 조혈모세포 이식과정을 간단히 설명 부탁드려요.

과정이 꽤 복잡합니다만 기억을 더듬어 순서대로 말씀드릴게요.





이 모든 과정은 조혈모세포 협회의 코디네이터분과 함께하며 아주 세심하게 챙겨주시기 때문에 공여자는 본인의 건강관리만 잘한다면 특별히 신경 쓸 건 없습니다.


▲기증 동의 후 받은 채혈 도구, 유전자검사동의서, 문진표 등



Q 엄청난 과정을 이겨내셨군요. 병원에서 연락을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기증자 등록할 때 꼭 기증하게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유전자가 일치하는 환자가 있다고 연락 온 순간, 정말 기분 좋았고 또 설렜습니다! 애타게 기다리실 수혜자분을 생각하니 힘이 나는 듯했어요!(웃음)



▲택배로 받은 3일 치의 주사제는 연계된 병원으로 직접 가져가서 투약한다.



Q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았다고 들었어요. 혼자서 힘들지는 않았나요?


작년에 유전자 일치 연락이 왔었던 적이 있었어요. 당시 수혜자분의 건강 악화로 기증받을 컨디션이 되지 않아 무산되고, 부모님께 말씀드리니 제 건강이 안 좋아지는 건 아닐지 걱정을 많이 하셔서 이번에는 그냥 조용히 진행하자고 마음먹었죠.


입원 전 3번의 그라신 주사를 맞을 때 두통과 허리통증이 생겨 매번 타이레놀을 먹었었어요. 입원하고 맞는 마지막 주사는 너무 아파서 진통제가 함께 들어갔는데 그 부작용 때문에 속이 많이 안 좋았던 것 같아요.


금식한 채로 6시간 넘게 세포를 채집한 후에는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휠체어에 실려 나왔어요. 그 뒤로 잠만 내리 잤던 기억이 있습니다.



▲입원 후 진행되는 조혈모세포 채집

퇴원 후에는 그라신 주사 약효가 없어진 덕분인지 바로 컨디션이 좋아져서 하루 만에 회복했지만 과정에서 힘이 들 때 어리광부릴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어요.
하지만 이제는 컨디션을 완전히 회복했기 때문에 본가에 가서 기증하고 받은 감사패를 보여드리며 말씀드릴 예정입니다!

▲기증 완료 후 수여 받는 자랑스러운 감사패



Q 이식 후 한 달가량 지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건강상 문제나 후유증은 없나요?


네! 멍이 심하게 들었지만 온열 크림을 발라주니 이 또한 빨리 없어졌고 특별한 후유증은 없었습니다. 기증 2주 후 진행된 피검사 결과에서도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어요.


▲멍이 심하게 든 양연수 주임의 팔.
(일반 헌혈보다 훨씬 굵은 주사바늘을 사용하기 때문.)



Q 공여자 관점에서 직원분들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기증 전에는 “별거 아니겠지” 했었는데, 막상 해보니 꽤 번거롭고 몸도 힘들었어요. 만만하게 생각하고 쉽게 생각하고 도전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제가 누군가를 살렸다는 것에 대한 자긍심이 큽니다.

그라신 주사를 맞을 때와 몇 시간씩 세포를 채집할 때에는 괴롭기도 했는데, 한 생명을 살린다고 생각하니 이 정도 수고는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 한 가지 당부드리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기증등록을 할 때는 책임감을 가지고 신중한 결정 부탁드립니다. 등록 후 최종 연락이 왔을 때, 거부할 수 있는 시간이 다시 한번 주어지는 것은 그만큼 심사숙고하라는 뜻이기 때문이죠.


기증절차가 진행되고 난 후 마지막 단계에서 포기해버리면 수혜자는 진행단계에 맞춰 본인의 골수를 완전 삭제하기에 죽음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이 아니기에 기증등록을 강요하지는 않지만 혹시나 참여하신다면 책임감으로 기증까지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 퇴원 후 씩씩한 모습의 양연수 주임


본인의 약속에 책임을 지고 끝까지 이행하며 숭고한 봉사의 시간을 보내고 온 양연수 주임에게 큰 박수를 보냅니다!


건강한 사람은 채혈 후 2~3주 내로 조혈모세포가 원래대로 돌아온다고 합니다.


무려 <2만분의 1>이라는 기적과도 같은 확률을 뛰어넘어, 8개 자리의 유전자형이 일치해야만 할 수 있는 조혈모세포 기증! 항암치료에 실패한 혈액암 환자들의 유일한 희망이지 않을까 합니다.



글/사진 김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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