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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사회 감정노동자로 살아가는 법

2022-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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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OTT 드라마 이야기로 대화창이 뜨겁습니다. 그래서 유행에 뒤질세라 국민 첫사랑이란 타이틀을 가진 배우 ‘수지’가 첫 단독 주연을 맡으며 화제가 된 드라마 <안나>를 시청해 봤습니다.


이 드라마가 눈길을 끌었던 건 주인공 안나와 그녀의 전담 수행비서인 조 비서의 대화 장면 때문이었습니다. 지친 하루를 마무리하는 자동차 안에서 안나가 조 비서에게 힘들지 않냐고 묻자 조 비서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모시는 분들 기분이 제일 어려워요. 그런 건 노력해서 알기엔 한계가 있으니까요.”


이에 안나는 “눈치 보고, 예측하고, 걱정하는 그런 것”이라고 말합니다. 타인의 기분 상태에 따라 나의 감정을 통제해야만 하는 상황, 바로 ‘감정노동’인 것이죠.


드라마 속 두 사람이 유독 지치고 피로했던 이유를 그제야 알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여러 가지 작업을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이 떠올랐습니다. 책 <피로사회>를 쓴 한병철은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멀티태스킹이 필수라고 말합니다.


몸은 하나지만 해내야 하는 역할은 자녀, 부모, 배우자, 시민, 직장인, 종교인, 여가인 등 여러 가지로 가히 야생에 가까운 삶을 사는 현대 직장인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선택의 여지 없이 야생을 살아야 한다면 감정 에너지 소진을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

스트레스는 우리의 신체감각, 감정, 생각에 영향을 주어 결국 싸우거나 도망치기 또는 얼어붙게 되는 행동을 유발합니다. 스트레스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해 중요한 것은 싸워야 할 때 싸울 수 있어야 하고, 도망치는 것이 유리할 때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날 줄 아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둘을 구분하는 회로가 고장 나면 싸움이 두려워 그저 회피하거나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문제를 키우게 됩니다. 바로 무의식적으로 떠오르는 자동적 생각이 감정의 통제력을 상실하게 만든 것입니다.



우리가 스트레스 상황에서 떠올리는 자동적 사고는 감정과 행동을 유발합니다. 만약 이것이 긴 시간을 두고 견고해진 스키마(schema)*라면 개인의 스트레스 대처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스키마 외부의 환경에 적응하도록 환경을 조작하는 감각적·행동적·인지적 지식과 기술을 통틀어 이르는 말



역기능적인 스키마가 내 신념에 주를 이루고 있다면 당연히 같은 수준의 스트레스 사건에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희망이 사라진 파국적 기대로 우울과 무기력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뻔한 얘기인 것 같지만 그리스 철학자 에픽테토스가 했던 “나를 모욕하는 것은 바로 나의 생각이다.”를 기억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역기능적인 스키마는 한순간에 바꾸기 어렵습니다. 긴 시간을 두고 만들어진 뇌 속 생각의 구조이기에 바꾸는 것 또한 그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필자가 추천하는 방법은 일상에서 긍정적 정서를 자주 빈번하게 경험하는 것 입니다. 이는 경외감과 감사하기를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내가 지금 가지지 못한 것에 집착하기보다 가지고 있고, 누리고 있는 것에 감사함을 찾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너무나 익숙하고 낯익은 것들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감탄하는 습관을 통해 얻을 수 있는데, 바로 음미하기를 실천하는 것입니다.



긍정심리학에서 말하는 음미하기란 천천히 보고, 감각을 사용하고, 감탄을 주저하지 않으며 집중해서 보되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바로 지금-여기(here and now)에서 새롭게 깨닫고 즐거움을 극대화하며 좋은 것의 가치를 알아차리고 만끽한다는 뜻이죠.

이러한 원리를 잘 기억할 수 있다면 다음의 사례들처럼 우리가 겪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방법도 떠오릅니다.




<상담 사례1> 대인관계, 나랑 맞지 않는 사람에 대한 대처 (전체 사연의 31% 차지)

같은 팀에 맞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목소리만 들어도 스트레스에요. 그냥 무시하고 지내자 마음을 잡아 보지만 쉽지 않습니다. 그 사람과 마주칠 때면 마음이 미움으로 가득 차서 부정적인 에너지가 생겨요. 싫은 사람과도 유연하게 관계를 맺고 스트레스로부터 저를 보호하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마음 코치법

싫은 사람과도 유연하게 관계를 맺고 잘 지내고 싶은 이유는 뭘까요? 왜 꼭 싫은 사람과도 우리는 잘 지내야만 할까요?

사람을 향한 마음은 주관적인 것이 맞아요. ‘모든 사람과 잘 지내야 한다’, ‘반드시 ~ 해야만 한다’ 식의 당위적 요구와 기대는 완벽하게 실현되는 것이 불가능한 ‘비현실적인 것’입니다. 이러한 도덕적 신념에 내가 갇혀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셔야 해요.

만약 나를 정말 힘들게 하는 사람이라면 업무상 주고받아야 하는 것 외에 정서적이며 감정적인 교류는 최소화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때로는 감정을 배제하는 것이 관계의 갈등을 줄이는 방법이 되기도 하니까요.

더불어 살펴봐야 하는 것은 내면에 엄격한 규칙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인간관계에서 상처에 취약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따르고 있는 행동 기준들을 다른 사람도 따라주기를 바란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각자가 서로 다른 공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사람이 두 명만 모여도 시작되는 것이 갈등이라고 합니다. 갈등을 특별한 것이 아니라 매우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면 됩니다. 그리고 나는 과연 I'm ok/ you’re ok의 존중 관계 안에 있는지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힘의 관계에 있다면 힘의 권력을 유지하는 동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 편할 것입니다. 하지만 점점 사람들로부터 고립되어 외로워질 수 있어요.

회피 관계에 있다면 문제를 피해 다니다가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다’라는 역기능적 도식만 강화해, 자존감이 한없이 추락하게 될 것입니다.

복종의 관계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없애는 폭력을 나에게 가하는 격이니 스스로에게 “멈춰”라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상담 사례2>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 (전체 사연의 21% 차지)

저는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성격이에요. 내가 어떤 실수를 했을 때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를 먼저 신경 쓰게 돼요. 계속 생각이 꼬리를 물어서 저를 괴롭힙니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남의 시선으로부터 신경 쓰지 않고 제가 자유로울 방법이 있을까요?


마음 코치법

지구상 모든 인간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그 유명한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죠.

그런데 이 타인의 시선은 늘 나를 괴롭히는 것만은 아닙니다. 타인을 의식하기에 우리는 경쟁을 하고, 일의 성과를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그러니 나를 괴롭히는 것은 사실 타인의 눈이 아니라 내 마음일 것입니다. 타인이 나를 감시하듯 내가 나를 감시하고 관찰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이것은 나를 완벽하게 통제하고 싶은 것입니다. ‘잘해야 한다, 실수하면 안 된다, 인정받아야 한다.’ 모두 나를 평가하는 말입니다. 내면에서 작동되는 나를 향한 평가의 말을 멈출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자기연민에 해당하는 ‘자기 자비(self-compassion)’를 키울 수 있어야 합니다.

자기 자비는 마음 챙김, 자기친절, 보편적 인간성입니다. 마음 챙김은 고통스러운 순간을 억지로 부인하거나 억누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느끼는 것입니다.

자기친절은 자신의 상처나 고통, 결점을 무시하지 말고 친구나 가족을 위로하듯 자기친절을 베푸는 것입니다.

보편적 인간성은 나에게만 고통과 좌절의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기에 충분히 공감받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다시 드라마 <안나>의 이야기로 가볼께요. 드라마에서 안나는 종일 그림자처럼 자신의 옆을 지킨 수행비서에게 “조비서는 잠 언제 자요?”라고 묻습니다. 예상치 못한 고용주의 물음에 조비서는 순간 당황하지만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요.”라며 옅은 미소를 보일 뿐입니다.

하지만 집을 나서 엘리베이터에 오른 순간 조비서의 마음은 무너져 내렸고, 한참을 그렇게 엘리베이터 안에 주저앉아 울음을 토해냅니다. 우리들의 감정노동은 너무 익숙해서 특별한 것 없어 보이지만 사실 정말 특별합니다.

그러니 가끔 서로의 마음에 감정의 안부를 물어보면 어떨까요~? 억눌렸던 울음을 토해내고 감정을 추스르기에 충분할 것 입니다.

“오늘 당신의 기분은 어때요?”


손정연 소스토리 마음상담코칭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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